어느덧 블로그를 시작한지 반년이 넘어간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기간동안 이제는 9000명이라는 방문자 수가 들락날락하고(그 중 최소 몇백 정도는 나일게다), 글은 50개를 바라보고 있다. 과제 자료를 찾으러오는 학생들이 방문자의 대다수인지, 학기중에는 80~90을 넘어가던 투데이 수가 방학이 되자마자 반토막이 나버렸다. 허나 애초에 방문자 수를 노리고 블로그를 시작했다면 좀더 재미있는 글을 썼을거고, 사진도 찍어올렸을거다. 하다못해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시를 적었을테지. 참 딱딱하고 구성없는 그야말로 잡설록에 불과한 여기에 어떤 이유에서든지 찾아와주는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애초에 내 블로그를 시작한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정치 이야기라는 것이 참으로 웃기는 게, 잘 지내던 친구 사이를 갈라놓고 부모자식 관계에서도 가끔 걸림돌이 될 때가 있다. 그만큼 세상에는 많은 가치관이 존재하고, 이전에 내가 SNS 상에 정치 글을 올리면서 그에 대한 많은 한계를 느껴왔다. SNS에 정치 글을 올려봤자 어차피 반감만 살 뿐이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사상과 생각에도 관성이 있어서, 아무리 설득력 있는 글을 쓴다하더라도 쉬이 받아들여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남의 인상을 찌푸리게 해가면서까지 공개장소에서 내 소리만을 지르기보다, 나는 보다 조용하고 작은 서재같은 공간이 필요했다. 블로그 첫 시작은 방문자수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니다. 내 생각을 글로 쓰며 정리하고 싶었고, 가끔은 그런 생각들이 공개적으로 쓰기에는 문제점이 많았기에 블로그를 택했다. 난 길어야 3개월이면 질릴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초창기보다 글을 올리는 횟수가 많이 뜸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달에 네다섯 건 이상의 글을 올리고 있고, 그것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 내 자의에 의한 것들이다. 


이제껏 47건의 글은 반년을 운영한 블로그치고 분명 많은 글이 아니다. 다만 그 글 하나하나를 쓸 때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고심을 기울여 쓴 글이기에 감히 내 역사라 반추할 가치는 있다. 전날 저녁에 쓴 연서를 다음날 아침에 읽어보면 왠지모르게 부끄럽다. 나는 그래서 전날 저녁에 쓴 글이라 할지라도 다음날 아침에 읽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만큼의 글을 쓰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블로그 초창기의 글들을 보면 참으로 생각도 짧고 한심한 논지들이 많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제 차차 보충을 해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글도 근육과 같아서, 쓰면 쓸수록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스타일이 생기게되고, 대개 그 스타일은 들은 노력과 시간에 비례하여 좋아졌으면 좋아졌지 나빠지지는 않는다.


내 숨겨진 작은 서재와 같은 공간에 의도대로, 혹은 우연하게라도 들른 모든 이들이 무언가를 얻고 갔으면 하는 희망이다. 그것은 내 논지에 대한 찬성이어도 좋고, 내 논지에 대한 반대여도 상관없다. 무엇인가라도 내가 여러분의 생각에 있어 일각이나마 일부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