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는 그야말로 자기계발서적의 붐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의 절반 이상이 이름 한번쯤 들어본 적 있는 유명인이 20대~30대 청춘들에게 무책임하게 던져준 자기계발서적들이다. 이들은 인맥을 넓혀라, 시간을 아껴써라, 저축을 해라 등의 초등학생도 알만한 사실들을 마치 자신들이 처음으로 발견한 것마냥 말하지만, 모름지기 지식은 늘 새로워야하고 책은 지식의 산물이므로, 새롭지 않은 상식만을 읊어대는 책은 한권으로만도 충분하다. 차라리 자기계발서적은 시간을 아껴쓰지 않고, 낮잠 펑펑 자며, 공부라고는 눈꼽만치도 하지 않으면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쓰는게 그 책이 존재하는 본연의 목적에 더 알맞을 것이다. 그게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해는 동쪽에서 뜬다" 같은 말보다 더 자기계발에 가까운 소리가 아닐까? 자기계발서적들을 읽는 청춘들은 과연 정말 자기를 계발할 수 있을까? 어차피 청춘들도 어떻게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어떻게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 대개는 알고있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엇이 옳은줄 알더라도 막상 실천에 옮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자기계발서적들은 그저 젊은 청춘들이 현실에서는 그대로 적용하며 살아가기가 힘들기에 잊고 살아가는 당연한 성공의 법칙들을 앵무새처럼 상기시킬 뿐이고, 그걸 읽는 청춘들은 유명인이 그런 것들을 새삼 상기시켜주니 새롭게 보일 뿐, 나중에 가서는 그런 뻔한 것들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자기 자신의 게으름과 나태함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게할 뿐이다. 잠시나마 자기계발서를 읽고 성공의 법칙들에 따라보려고 노력하지만, 20~30년을 살아온 습관을 한번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대개 작심삼일에서 그치며 자괴하고, 그렇게 또 관성의 법칙에 의하여 예전과 다를바 없는 삶을 살아간다. 혹은 자기계발서에 나온 성공의 법칙대로 살아가려 노력한다해도 그다지 자신의 인생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한채, "유명인이 그게 성공의 법칙이라고 하니까" 자신과 맞지도 않는 생활양식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맞추며 살아간다. 자기계발서의 저자들이 마치 그 책만 읽고 따라하면 성공은 보장된 것 같이 확언하는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현실이다.
이보다 더 젊은이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은 바로 현실을 전장으로 여기는 자기계발서적이다. 과연 이 세계에 한번쯤 멈춰서서 자신을 돌아보고 싶지 않은 청춘이 어디있고, 이름 모를 청춘만의 감성으로 아파도 보며 성장해보고 싶지 않은 청춘이 어디있으며, 지도 밖으로 행군해보고 싶지 않은 청춘이 어디있을까? 그러나 이 시대의 젊은이는 이미 충분히 너무나 아프다. 정말 청춘다운 청춘을 보내고 싶지 않아서 경쟁사회에 매진하는 청춘이 어디에도 없다. 모든 청춘은 그들이 청춘이기에 할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하고 누리고 살고 싶어한다. 그런데 "현실을 전장으로 여기는" 자기계발서적들은 이 땅의 청춘들을 현실에 찌들어 꿈 따위는 모두 포기한 현실주의자로 치부하며 멈춤과 사색을 요구한다. 현실적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이 세상에 현실을 무시한 채로 낭만 속에 빠져살았을 때의 결과를 상상해보면 과연 젊은이들이 이들의 가르침을 그대로 수용할 수가 있을까? 이런 책들은 청춘들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처절한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것을 정당화시켜주며, 마치 그래야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 청춘들은 이러한 현실도피 정당화를 "힐링"이라고 부른다.
모범인생은 없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성공한 사람도 아니고, 세상과 인생의 도를 깨닳은 도사도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 시대 이 땅의 청춘들 중 한명이고, 그래서 청춘들이 정말로 원하는 바를 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많은 성공론 자기계발서적에서 말하는 바와는 달리 세상에 모범인생 따위는 없다. 즉, 인생에 모범답안 따위는 있을 수 없다. 일례로 많은 성공론들이 잠은 무덤에 가서도 충분히 잔다며 잠을 줄이라고 외치지만, 하루 10시간을 자면서도 성공하는 사람들은 지천에 깔렸다. 또한 굳이 여행을 하지 않아도 세상을 보는 눈이 넓은 사람이 있으며, 책을 많이 읽지 않아도 생각이 깊은 사람도 많다. 잠을 4시간을 자야만 성공하고, 젊을 때 여행을 많이해야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며, 책을 많이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는 것은 물론 양의 상관관계는 있을지언정, 반드시 인과율이 그렇게 된다는 법칙 따위는 없다. 가령 억지로 잠을 줄이는 바람에 정신이 멍한 채로 공부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등록금 내기에도 벅찬 와중에 수천만원을 들여 해외 어학연수를 가는 것이 합리적인가? 자기 전공학점은 개판이면서 다른 책을 많이 읽는게 그 사람에게 정말 도움이 될까? 사람마다의 인생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듯, 사람마다 살아가야할 방식도 모두 다르다. 물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10시간을 자야 하루를 살아갈 힘이 생기는 사람에게 4시간만의 잠을 요구하며 그를 게으른 사람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 그 사람은 그 사람에게 맞는 최적의 삶의 양식이 따로 있는 법이다. 그러나 자기계발서적들은 "모범인생"이라는 것을 상정해두고, 반드시 이렇게 살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프레임 속에 청춘들을 가둬둔다. 청춘들은 이러한 자기계발서적들의 자의적인 폭력에 굴복하여 자기자신을 부끄러이 여길 필요가 없다. 자신만의 방식대로 삶을 살 수 있는 자유의지야말로 삶에서 나에게 주어진 특권이며, 그러한 자신만의 방식대로 성공할 수도 있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기회이다. 나의 자유의지를 포기한 채로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법칙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자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모범답안은 그러한 성공인들이 아닌, 바로 자기자신이 가장 잘 알고있다.
현실과 꿈
(렘브란트 作 갈릴리 바다의 폭풍)
"현실을 전장으로 보는" 류의 자기계발서적들에서 내가 느낀 점이라면, 이 책들은 청춘들이 꾸는 꿈과 청춘들이 처한 현실을 마치 단테 <신곡>처럼 천국과 지옥으로 나누어 보고있다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스펙을 쌓고 자신의 현실에 매진하는 청춘은 결코 긍정적인 뉘앙스가 아닌 현실주의자로 지칭하고, 젊은이들은 꿈을 버리지 말아야한다고 설파한다. 이제는 상투적인 문구가 되어버린 예시를 한번 들어보자. 내가 인생이라는 배를 타고 있고, 현실은 내 배를 일렁이게 하는 바다, 꿈은 내가 가고자하는 육지의 섬이라고 가정해보자. 바다가 없으면 가고자했던 섬에 갈 수 없듯, 현실이라는 무대가 없으면 꿈을 이루는 것도 불가능하다. 현실을 등진채 꿈속에서만 사는 사람은 결코 꿈을 이룰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현실이라는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현실주의자만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제 폭풍이 몰아치며 바다가 거세게 흔들린다. 내 배도 가련하게 폭풍에 휩쓸리고 만다. 폭풍이 그치고 나는 항로에서 완전히 이탈하여 어디로 가야하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 그래도 계속 원래 가고자했던 섬을 찾아 방황해야 할까? 도저히 어디로 가야할지, 여기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원래 가고자했던 섬을 찾아가는 것은 그야말로 황천길에 제발로 걸어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쯤에서 나는 북극성을 찾아내어 어떠한 한 방위를 정해놓고 그리로만 가야하며, 가까이 보이는 섬이 있다면 그곳을 목적지로 설정해야한다. 즉, 꿈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며,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하여 절망할 필요도, 자괴할 필요도 없다. 예측불가능한 시점과 장소에서 예측불가능한 폭풍이 몰아치는 것이 바로 바다이며, 그것이 바로 청춘들이 사회에 나아가 맞이할 가장 개연성있는 삶이 아닐까? 꿈이 현실에 굴복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이상과 꿈을 잠시 잊는다고해서 청춘이 해야만하는 의무를 저버린 것이 아니다. 청춘은 먼저 현실에서 행복해야하며, 그 현실 속에서 꿈과 이상을 찾아야만 한다.
자기계발서적들은 성공에는 항상 왕도가 있는 듯 규정짓는 일종의 "규정의 폭력"을 일삼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 마치 죄악이나 되는 것같이 말한다. 그러나 세상에 인생전문가는 없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는 자신만이 유일한 전문가이다. 자기계발서적은 결코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세탁기를 쓰다가 망가졌다면 AS센터에서 수리와 보상을 해줄테지만, 자기계발서적대로 살다가 인생에서 성공을 하지 못했다해서 저자가 당신의 인생을 수리해주거나 보상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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