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샌가부터 경제민주화가 한국정치의 지향점으로 설정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 보수정당은 당강령에서 보수이념을 삭제하면서까지 진보정당과의 복지경쟁에서 패배할수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무엇인가? 경제민주화란 자유주의와 양립할수 없는가?

정의를 경제학적으로 국한시켜보자면,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언급하지 않을수 없다. 이해가 쉽도록편의상 용어를 공정의 정의와 공평의 정의로 설정해보고자 한다(원래는 산술적 정의와 분배적 정의).

공정의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것은 자기 일한만큼, 노력한만큼 받는다는 것이다. 마땅히 인간은 자신이 결실을 거두고자 노력한 그만큼의 대가를 받아야할뿐, 그 이상을 받으면 폭리이고 그 이하를 받으면 불공정한 것이다. 공정의 정의란 자본주의의 핵심가치이자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모든 국가가 지향해야할 점이다. 부자에게 세금을 강제로 매겨 소득재분배를 이루자는 말은 공정의 정의에 어긋난 감정적 선동에 불과하다. 사회주의 혁명으로 수립된 소비에트 정부는 건국이념에서 이 공정의 정의를 무시했기 때문에 무너졌다고해도 지나친 해석이 아니다.

그렇다면 공평의 정의란 무엇인가? 공평이란 누구나 기회를 동등히 갖는것을 의미한다. 집안, 학벌, 재산, 성별,건강에 구애됨이 없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똑같은 기회를 갖는 것이다. 빈농의 자식이 재벌이 되고, 재벌의 자식이 빈농이 되는, 기득권이 대를 이어 유지되지않고 보다 사회를 동적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공평의 정의다. 그렇다고 공평의 정의가 사회주의적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 무릇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상정하는 자유경쟁이란, 모든이가 동등한 기회를 가지고 시장에 참여할때 가능하다. 초기 자본주의는 이 공평의 정의를 무시했기에 심각한 독과점에 시달렸고, 후엔 제국주의의 병폐까지 겪게 되었다.

대한민국이든, 부자세를 도입해 사회유명인사의 해외도피를 야기한 프랑스든, 많은 국가들은 공평의 정의만을 외칠뿐 공정의 정의는 생각지 않는다. 이들은 그들이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공정의 정의는 이미 달성되었다고 착각한다. 실제로 한 사회에서 자본주의적으로 성공한 이들에 대한 여론은 마치 마녀사냥을 방불케한다.

그렇다고 이를 시장실패자들의 피해의식으로 치부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모 외교부 장관 딸의 외교관 특채, 재벌가의 상식을 벗어난 혈족상속 등은 마치 북한 전체주의 집단의 왕위세습을 연상케 한다. 바로 공평의 부재가 공정의 붕괴를 낳게되었고, 공정의 붕괴가 다시 공평의 붕괴를 낳는 악순환인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정치권은 당강령에서 보수를 뺄것이 아니라, 좌우 정당간의 선의적 경쟁을 통하여 두가지정의를 모두 실현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공정의 정의든, 공평의 정의든 마치 다리를 묶고 두명이 같이 달리기시합을 하는 운동회에서와 같이, 나아갈때 함께 나아가고 멈추어야할때 함께 멈추지않으면 넘어지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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