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일본이 한반도에 이해관계를 갖고 개입하려는 것은 어찌보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매우 당연하고 불가피한 일이다. 그것은 좌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중국/일본이 팽창의 의도를 가지고 한반도를 복속시켜야겠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다. 한반도에서의 대소사가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그들이 한반도에서 가지는 이해관계가 그만큼 매우 중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일의 과정에는 항상 통일하려는 내부세력 뿐만 아니라 외부세력의 지지와 이해관계 또한 고려하여야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도 통일한국을 이루었을때 강대국들로부터 그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통일은 결코 양자만 합의하여 이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19세기 이탈리아 통일 사례만 보아도 그렇다. 이탈리아 통일의 주축국이었던 사르디니아Piedmont-Sardinia는 오스트리아의 영향권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하였고, 그러한 준비과정에는 강대국들의 지지를 얻고 오스트리아를 고립시키는 외교전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르디니아는 먼저 오스트리아와 경쟁관계에 있던 프랑스 나폴레옹 3세와 동맹을 체결하였으며, 프랑스와 함께 러시아의 중립 약속을 받아내었다. 만약 이러한 외교전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조그만 소국에 불과했던 사르디니아가 이탈리아 통일의 염원을 이룬 역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외교전이 선행되지 않은 채로 사르디니아가 무리하게 통일을 시도했다면 그들의 통일 시도는 분명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의 강대국에 짓밟혔음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북한 전체주의 집단은 어째서 계속하여 민족자주 통일(이하 자주통일)을 외치는가? 이 주제의 핵심은 바로 주한미군의 철수이다. 우리가 국제정세를 바로 봐야할 것은, 국가들은 절대 한낱 피상적인 가치관이나 도덕의 문제로 정책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가 하는 행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이 있고, 그 이면은 철저히 이기적이다. 다만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되어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북한은 한반도의 뼈아픈 피탈의 역사를 자신들의 자주통일이란 슬로건에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북한이 노리는 것은, 자주통일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반미감정을 조성하여 미군철수를 이루고, 미군이 철수한 약체 대한민국과 작게는 세력균형을 이루는 것에서 크게는 한반도 전체를 무력통일하려는 의도이다. 이는 내가 우파적인 사고를 가져서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북한이 사회주의헌법과 노동당규약에서 천명하고 있는 바다.
북한이 획책하는 바는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민족의 자주통일을 요구하는 좌파와 진보세력들은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할만큼 멍청하고 무식하거나, 아니면 북한의 체제를 추종하는 종북 세력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한국 사회에서의 갈등과 반미감정의 확산, 자주통일의 구호 확산은 북한이 정확히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방증이며, 이를 법치를 통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정부는 그들의 무능의 방증이다.
'정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갑을관계 (0) | 2013.05.31 |
---|---|
마르크스주의와 민주주의 (3) | 2013.05.14 |
민족자주 통일의 허위성(1) - 이론적 측면 (0) | 2013.05.01 |
독일통일의 교훈 (0) | 2013.04.04 |
북한에 대한 타격, 선제공격인가, 예방공격인가? (0) | 2013.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