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급습은 어떻게... 흥신소 직원을 만났다" 한겨레 기사를 보고(참조 :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2&sid2=257&oid=028&aid=0002267072)

읽기전에 : 이미 흥신소의 영업행위 자체는 신고만 한다면 합법이다. 이 글에서 합법화/양성화 등의 단어는 흥신소의 업무에 대한 이야기이다.

간만에 꽤나 정신나간 기사를 읽고 글을 쓴다. 해당 기사 원문은 (한겨레가 박근혜 대통령의 화법을 비난할 때 즐겨 빗댔던) 유체이탈 화법으로 은근슬쩍 흥신소의 양성화를 공론화시키고 있다. 사립탐정의 양성화는 박 대통령의 소위 "창조경제" 공약의 세부내용 중 하나로 거론된 적이 있었는데, 조중동도 아닌 진보저항언론의 대명사인 한겨레가 당치도 않은 그 공약을 변호하는 기사를 썼으니 이제는 병신짓도 좌우합작으로 한다는 생각만 든다.

흥신소의 토양은 무엇인가?
흥신소, 소위 심부름센터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으로도 원하는 사람을 찾아낼 수 있는 무시무시한 정보력은 합법적 루트와는 한 백만광년쯤 떨어져있다. 기사 원문에도 언급되어 있듯, 이들이 이용하는 주요한 개인정보는 각종 금융기관 및 회원제 사이트 등지에서 불법적으로 유출된 개인정보들이고, 여기에 더해 퇴직경찰 및 공무원(심지어는 전직 국정원 출신이라 홍보하는 흥신소도 있다)을 스카웃하여 직간접적으로 공적 정보에까지 접근하기도 한다. 이렇게 법의 선을 벗어난 데이터베이스가 흥신소 정보력의 토양인 것이다. 법의 선 안에서의 흥신소는 그저 우리가 페이스북이나 싸이월드를 뒤져보는 것 이상의 정보를 얻기 힘들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흥신소를 합법화/양성화/제도화시키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개인정보를 유출 및 판매하는 행위까지도 모두 합법화시켜야만 한다. 흥신소가 양분을 얻는 토양인 개인정보 유출 및 판매가 불법이라면 아무리 흥신소를 양지로 이끌어낸다한들 불법영업이 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오늘도 조선족 보이스피싱 사기꾼에게 등기우편을 찾아가라는 전화를 받은 한국 국민들이, 꼴랑 간통한 사람 몇명 잡자고 여기에 동의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공무원이 퇴직 이후 사립기관에 들어가 공적 정보를 지속적으로 횡령하는 것이 흥신소 합법화로 허용된다면, 대체 누가 동사무소를 믿고 업무를 볼 수 있다는 말인가? 막말로 은퇴를 앞둔 공무원이 퇴직금 명목으로 한 사업 거하게 땡겨보고자 각종 장부 등을 빼돌리는 일이 뉴스거리도 되지 못하는 일상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공권력의 정당성 약화
이 기사가 한겨레의 저항역사를 일거에 무너뜨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 하나를 찾는 데에만 흥신소는 착수금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받고, 성공보상으로 수백을 더 받는다. 가히 빈자가 접근하기 힘든 가격이다. 결국 돈있는 사람이나 사람써서 미행 붙일 수 있지, 돈없는 사람은 억울한 일이 있어도 그저 망각만이 약이 되는 셈이다. 심한 경우, 막대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가진자가 못가진자를 감시하는 형국에 이를 개연성도 충분하다.

이러한 부조리를 피하고, 가장 기초적인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 바로 법과 공안체계이다. 국민 개개인에 대한 모든 조사와 처벌은 범국민적으로 동의된 사법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져야만 하며, 이는 법 앞에서 인간은 재산의 정도와 관계없이 평등하다는 전제로부터 시작된다. 법과 공안체계가 미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면 그 자체의 개선과 확장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이지, 정식 영장 따위도 없이 철저히 자본력에 의해 움직이는 사설기관의 합법화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사립탐정 혹은 사설조사관은 그 존재만으로도 공권력의 부족을 국가가 나서서 시인하게 되는 꼴이 되고, 이후에는 국민이 공권력을 불신 혹은 불복종하게 되는 결과를 필연적으로 초래하게 될 것이다.

피추적자 개인정보에 대한 책임여부 또한 문제거리가 된다.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개인정보들은 (사고나 비리만 터지지 않는다면) "남이 알아도 될 정보"와 "나만이 알고있어야할 정보"가 철저히 구분된다. 개인정보의 비밀성은 해당 인물의 안전보장과도 긴밀히 연결되는 것으로서 치안체계의 필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가령 교도소에 다녀온 범죄자가 피해자에게 복수하는 데에 필요한 정보를 국가 차원에서는 차단시킬 수 있지만, 사설기관에서는 그럴 능력도 유인도 없다. 위 기사에는 흥신소 종사자들이 살인청부는 맡지 않는다는 등의 "직업윤리"를 가지고 있다고 호도하는데, 설령 그 말이 맞다해도 원한을 가진 누군가가 흥신소로부터 얻은 정보를 통해 범죄행위를 저지른다면, 흥신소 또한 도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와 같은 여러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개개인을 조사 및 구속하는 모든 권한은 국가 공권력이 독점해야만 하는 것이다. 멍청한 인간들이 자꾸 미국이 사립탐정을 허용한다는 예시를 드는데, 그것은 미국이 총기소지를 허용한다고 우리도 총기소지를 허용해야한다는 것과 같은 비약이다. 그것은 미국의 특수성에서 기인한 필요악이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검경은 미국처럼 드넓은 땅에서 억 단위가 넘는 인구를 담당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상호감시사회: 국민이 서로를 사찰하는 사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민간인 사찰 스캔들이 터졌을 때 한겨레의 논조를 나는 아직까지도 기억한다. 그런 한겨레가 "국가의 민간인 사찰"은 나쁜 것이고 "민간인의 민간인 사찰"은 양성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가진 데에 대해 나는 심각한 의문을 품지 않을수가 없다.

흥신소가 담당하는 사건의 대부분은 간통사건이다. 문제는, 그렇다면 이들이 과연 기혼자들의 정보만을 수집하느냐는 것이다. 언제 누구의 정보를 캐달라는 요청을 받을지 모르는 흥신소의 입장에서는, 경쟁성 제고를 위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축적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는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상정하는 것이며, 심지어 법적으로는 범죄가 아닌 개인의 자유행위까지도 모조리 금전에 의해 거래되는 상품이 된다. 엄정한 법정에서조차도 모든 인간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는데, 감히 사설기관 따위가 나서서 범죄자도 아닌 선량한 개개인의 모든 역사를 낱낱이 파헤친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행위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것은 정상인의 사고회로에서 나올만한 생각이 아니다.

이렇게 개인에 대한 감시체제가 확대되면 정의로운 사회가 도래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국민들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사회에서 살게될 것이며, 이에 따라 심각한 사회불신 풍조와 자유억압이 만연할 것이다. 더욱이 개개인의 일탈행위들은 더더욱 음지화되고 적발하기 어려운 형태, 특히 "기록에 남지않는 형태"로 발전하여, 사설기관은 물론 공권력조차 이를 포착/처벌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필요악: 필요가 아니라 악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그러나 수요가 있는 곳에는 늘 공급이 존재한다. 그 공급을 억제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비효율적인 것인지, 우리는 성매매특별법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유사성행위 업소 등에서 알 수 있다.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혹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는 사안에 대하여서는 항상 사설정보기관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 공급을 없앤다한들 수요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은, 이들 기관을 낱낱이 찾아내어 폐업시켜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양성화하자"고 저렇게도 당당히 말하는 것은, "성매매에 대한 수요가 있으니 공창제를 실시하자" 혹은 "연예인들도 대마초 많이 피우니까 마약을 합법화하자"고 주장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지독한 논리비약이자 무지한 후안무치의 소치다.

사설정보기관은 필요악이다. 우리는 그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앞서 "악"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언젠가는 공권력의 확대로 모조리 구축되어야만 한다. 아나키즘의 사회로 돌아가 모든 정부권력이 해체되는 세대가 오지 않는다면, 공권력이 있는 이상 공권력의 대체재가 있어서는 안된다. 어떤 작은 정부 이론도 기초적인 사법/치안시스템까지 민영화하자는 주장을 하지는 않았다. 현실은 현실일 뿐, 당위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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